원래라면 이전에 다른 블로그에서 썼던 글은 다시는 가져오지 않기로 했었지만 이 블로그가 앞으로 '언어 블로그'가 될 만큼 외국어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담도 참고하는 차원에서 절실하게 필요할 거 같아서 여기에 다시 적기로 하였다. 그 때와 지금이랑 미래에 관해서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베껴오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겪었던 일들에 관하여 사생활은 보장하면서 기록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대한으로 기록할 것이다. 


"With languages, you are at home anywhere."이라는 Edmund de Waal의 말이 있듯이 새로운 언어를 알아감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점점 많아지게 된다. 단순히 외국어 그 자체만을 배운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외국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문화나 살아가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통하여 진정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


20여년 동안 한국에서 나고 자라 대학 졸업 후 난생처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던 나이기에 여태까지 살면서 실질적으로 부딫히면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원래 전공이 음악이었던 만큼 여태까지 살면서 나는 다양한 외국어들을 대면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이 언어들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느냐? 그건 결코 아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언어에 대한 감각도 점점 무디어져만 갔고 더 이상 음악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거나 실질적으로 뛰어들어 활동하지는 않기에 지금부터 공유하게 될 경험담들은 이제 저 아득한 옛날의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함에도 적으려는 이유는 이것들을 토대로 앞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제 2의 인생을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항목별로 나누어서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적어도 세 번째로 필사한 헨델 메시아 전곡 가사


1. 영어 (English)

이상하게도 나는 어린시절, 아니 초등학교 시절까지 TV의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영어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겟다. 내 나이 또래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공식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때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눈높이 영어 학습지를 꾸준하게 하고 있었던지라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발음들을 분석해 나가면서 수백번 똑같이 따라하였기에 영어 발음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f나 v 발음을 할 때에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th 발음을 할 때에는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혀를 집어서 쓰나 드로 발음한다 등등) 그리고 학교에서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바로 필기체 연습에 들어갔는데 4줄짜리 노트에 또박또박 정성스래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골라 써내려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고등학생이 되자 영어 공부의 강도는 높아졌다. 영어 공부의 기본은 단어다라는 말을 부모님으로부터 계속 들어왔기에 워드 튜터라는 단어집을 사서 그것만 파고들었다. 친절하게도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어서 나는 그 당시 인기있었던 다른 단어집들보다도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는데 거의 수능치기 막판까지 붙들었던 거 같다. 지금은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데 뒤에 단어 목록을 보면 외운 단어들이라고 거의 다 체크업이 되어 있고 책도 너덜너덜한 상태이다. 아무튼 덕분에 수능에서 다른 과목은 다 망했는데 영수만 평소 실력대로 점수가 나와서 K 국립대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사실 고등학교 시절 극동방송에서 주최하는 영어성경 암송 대회가 있었는데 주기도문이 나오는 마태복음 7장을 통째로 암송하는 것이었다. 이걸 위하여 부모님께서는 NIV 성경과 카세트 테이프를 구입해 주셔서 나는 또 한동안 이 테이프를 미친듯이 듯고 따라 연습하였다. 교회 중고등부 예배 시간 많은 학생들 앞에서도 예행 연습으로 하고 당일날도 나름 생각하기에 아무 실수없이 잘 끝낼 수 있었는데 발음은 좋았지만 끊어읽기가 제대로 되지가 않아서 결국은 장려상마저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입시 기간이 되자 나는 우리 가족이 미국 이민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그 첫단계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때부터 영어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먹고 영어 학원도 다녀보고 재학 중이었던 대학의 어학원 수업도 몇 개 수강하였고, 교양 과목으로도 영어 회화나 시사 영어를 수강하였다. 이러한 나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선배들은 "너가 무슨 영문과 학생이냐?"라며 나를 비아냥거렸고 시사 영어라는 과목만 들어도 "그건 음악과 학생들이 들으면 피 보는 거야."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가니 나는 영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어서 미국으로 오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어학원 수업을 들었었다.


14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미국. 공항이 워낙에 크다 보니 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라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젊은 동양인 남자가 눈에 띄여서 영어로 자신있게 Where can I find our luggage?"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 분이 우선에는 전철을 타야 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고맙다 하고 해어졌는데 아버지께서는 "그 사람 일본인으로 보여서 내가 일본말로 말을 걸려고 했었는데."라고 하셨다. 암튼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짐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공항 스캐일이 다르긴 다르구나. 전철까지 있는 걸 보니.' 그리고는 입국 심사 때문에 우리는 또 한참을 기다려야 했었는데 어느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한 분이 영어는 잘 하는데 한국어는 좀 서툴고 해서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근데 정작 모든 걸 다 끝내고 밖을 나오면서 내가 맨 처음 들은 언어는 바로 한국어였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으면서 "여보세요? 어 나 지금 막 도착했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잠시 멈춰서서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화살료와 함께 '남대문 시장'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어서 킥킥거리며 웃었었다. 여기 미국 맞어? 이러면서. ㅋㅋㅋㅋㅋ


이 상황을 보면서 눈치챘겠지만 이렇듯 미국 이민 초기에는 우리 가족 중에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했다고 보는 게 옮은 말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어느 정도 연세가 드셔서 영어를 아무리 공부해도 항상 실력은 기본에서 맴도는 것이었고 동생은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하다가 온 상태라서 학교에서 이렇다할 영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왔었다. 그러다보니 이민 초기 부모님을 대신하여 나는 영어로 전화도 해야했고 이메일도 작성해야 했었다. 암튼 미국 오자마자 고등학교에 나이보다 한 학년 낮춰서 들어가게 된 동생은 숙제할 때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동생은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해나갔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상도 받고 special student로서 졸업 앨범 한켠에 사연과 함께 사진이 대문짝하게 실리는 영광을 맛보았다. 이쯤되니 동생의 영어 실력은 나를 추월하였다.


나라고 뭐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음악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ESL도 다녀보고 학원갈 형편은 안 되었기에 토플도 독학으로 준비하였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는 대학원 진학을 늦추게 되었고 그러면서 음악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점점 변해가면서 결국 나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여 결국에는 언어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아마 내년부터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갈 거 같은데 아무래도 비 영어권 사람이다 보니 영어 시험 점수가 주선에는 급선무이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토플만이 정석인줄 알고 준비해 왔는데 아이엘츠라는 시험을 알게 되어 이걸로 전향하여 지금 혼자 준비중이다. 올해 봄에는 다운타운에 있는 대학에서 주관하는 영어 시험도 보았었는데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겨서 커뮤니티 컬리지에는 지원할 수 있는 점수를 이미 따 놓은 상태이다. 아이엘츠는 그 밖의 다른 두 대학에 지원할 시에 필요하다.


지금 나의 영어 실력은 중급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를 하다보면 어떨 때는 한국어 단어나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영어로 막 떠들게 되는 경향도 있는데 한인 가족과 살면서 한국 티비만 보다보니 미국에 살면서도 정작 영어 환경을 제대로 조성해 주고 있지 못해서 깊게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내 방에서 랩탑으로 거의 하루종일 영어 라디오를 듣다시피 하는데 사실 들리건 안 들리건 간에 하루종일 귀가 따갑도록 떠들어 재끼는 소리만 들으니 멘붕이 온다.


토익 만점자라도 막상 외국인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 한다는데 나는 그것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문법 위주의 한국의 영어 수업에 길들여져 있는 나이기에 CNN이나 일상 회화에서 듣는 문장 중 기본적인 문법에 충실한 문장들은 잘 들리는데 조금이라도 문법에 어긋나는 소위 말해서 미드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 같은 걸 듣게 되면 이 때 역시 멘붕이 온다. 미드나 영화에는 취미가 전혀 없는지라 미드로 공부하겠다고 커뮤니티 DVD까지 사 놓았지만 (내가 판단하기에) 상식을 벗어나는 영어 표현들이 너무 많이 나오니 괜히 샀다라고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내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영어로 표현해내려고 하니 생판 처음 보는 미국인들인데도 나에게 상당히 고급 영어를 구사한다고 칭찬을 해주는 경우를 여러번 경험하였다. 이걸 보고 우리 부모님께서는 넌 분명 영어를 잘 하는데 괜히 못한다고 미리 겁을 먹고 주눅이 드니까 백프로의 실력을 발휘못한다라고 그런다. 심지어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가 늘은 내 동생도 때로는 전화로 해결해야할 부분들이 있으면 언니가 나보다 영어 더 잘하잖아라면서 나에게 슬쩍 떠넘긴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은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다가오는 미래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 😊 개인적으로 바란다면 반기문 총장님 영어 실력의 반이라도 되었음 좋겠다.



바흐 콜레기움 저팬의 칸타타 박스물 1과 엑셀 파일로 내가 작성하였던 절기별 바흐 칸타타 목록


2. 독일어 (Deutsch)

바흐를 좋아하다 보니 자동적으로 관심이 가게 된 언어이다.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와 불어 중 과감하게 독일어를 선택하여 1학년 한 해 동안 독일어를 열심히 배우고 시험 성적도 항상 90점대를 유지하였었다. 그런데 1학년 5반~이라면서 온갖 애교를 다 부려가며 우리를 좋아하셨던 독일어 선생님께서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더니 내가 3학년이 되자 일어 선생님으로 변하여 돌아오셨다. 그 뒤로부터는 인사도 잘 안 받아주시고 완전 배신 당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 독일 문화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수강하였다. 독일 문화에 대해서도 배우고 간단한 독일어 문장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독일어 문장을 자진해서 읽어보라는 교수님의 요구에 내가 손을 들어서 읽으니 다들 오~하며 감탄하였고 교수님께서도 독어독문과 학생보다 낫다고 칭찬해 주셨다. 학기 말이 되자 그룹으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거기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하였는데 내가 속한 음악과는 독일 음악으로만 구성된 음악회를 열고 연주자들은 작곡가와 작품에 대하여 한 두 바닥 정도 분량의 글을 써서 이걸 한데 모아 음악과 일동으로 교수님께 제출하였다. 바흐를 블리블리 했던 나는 프랑스 모음곡 5번 중 지그를 연주하였고 일목요연하게 바흐의 생애를 정리하여 결국에는 (음악의 이해와 감상을 제외한) 교양 과목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에이 플러스를 받았다.

 

그리고 음악과 내에서도 성악 전공자들이 대부분이었던 독일어 딕션 수업이 있었는데 전공 필수인 화성학과 겹치는 바람에 결국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태리 딕션을 들었다. 이에 대한 사연은 후에 적을 것이다.

 

하루는 예술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마치고 사물함이 비치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같은 고등학교 나온 성악 전공 친구가 혹시 독일어 교과서 없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 친구는 불어반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버렸다고 하자 "바보~ 그걸 왜 버려~"라고 하여서 나도 그 당시 엄청 후회를 했었다.


독어는 지금도 여전히 나의 관심분야라서 작년에는 교재도 구입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어느 정도의 단계까지는 공부를 했었다. 하지만 영어와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레벨이 올라갈수록 문장도 자연스래 길어지는데 영어식 어순과는 전혀 다른 어순을 보여서 몹시 당황하였다. 게다가 명사를 외우려면 성별 여부도 반드시 알아야 하니 이것 또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고 또한 많이 헷갈렸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영어 단어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긴 단어가 없는데 독일어 단어들은 합성어 때문에 그런지 길이가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길어서 참 외우기가 난감했었다. 물론 이것들 때문에 내가 독일어 공부를 관둔 건 아니지만서도 직접 이런 애로사항들을 겪어보니 다시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도 가끔씩 듣는 바흐 음악을 위해서라도 유명한 칸타타의 제목 정도는 기억해야 한다.


내가 만든 카드캡터 사쿠라 1기 엔딩 독일어 버전 악보


게다가 가끔씩 찾아듣는 독일찬양이나 노래들은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3. 이태리어 (Italiano)

비발디의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태리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어쩔 수 없이 이태리 딕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발음. 하지만 독일어의 발음에 이미 길들여진 나는 도무지 이 발음 체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파이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이와 더불어서 파이널을 위하여 불렀던 Time to Say Good Bye라는 노래를 이후로부터는 이태리어에 대한 이러한 안 좋은 추억과 결과 때문인지 꺼리게 되고 말았다. 암튼 나는 내가 좋아하는 비발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태리어로 된 아리아 제목들을 외워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4. 프랑스어 (Le Français)

이태리어 다음으로 발음 체계가 나랑 안 맞는 언어이다. 고등학교 시절 합창반에서 한 프랑스 노래를 배웠는데 뜻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제목은 디레똥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똥에 자연스레 악센트가 들어가다 보니 단원들 끼지 키득거리면서 웃곤 하였었다.

그리고 영화 파리넬리가 배경이 이탈리아어라서 그런지 이태리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태리 말이 섞인 남부 프랑스 방언으로 녹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조금 충격을 받았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죄다 프랑스 영화이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던 미국 오기 이틀 전 합창 정기연주회.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5. 라틴어 (Latin)

대학 시절 2학년과 4학년 때에 합창 시간을 통하여 라틴어를 접하였다. 이태리어와 약간 비슷한 느낌도 들었지만 바흐의 B단조 미사를 고등학교 시절부터 들어와서 그런지 이태리어에 비하여 발음에 대한 어려움은 덜 느꼈던 거 같다. 



6. 일본어 (日本語)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10년 전 대학생 시절부터였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애니가 마법기사 레이어스로 굳어지면서 이걸 시작으로 카캡, 쵸비츠 같은 클램프의 다른 작품들, 그리고 내노라하는 굵직굵직한 일본 애니들을 거의 다 보았다. (이 애니들의 오프닝 호은 엔딩 노래들도 나의 소장 목록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170여개가 넘는 노래들인데 요즘 가사를 문서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당시 나는 음대생이어서 노다메 칸타빌레는 이후 영화까지 다 챙겨보고 대본도 소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날은 창원에 새로 생긴 교보문고를 가서 서점 직원으로부터 베스트셀러라고 추천받은 굿모닝 독학 일본어릉 구입해 틈나면 그걸로 공부하였다.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영어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일본어와는 잠시 작별하였다.

그런데 작년에 이베이를 통하여 마법기사 레이어스 원서들을 손에 넣고 난 후 나는 레이어스 덕후로서 이 책들을 그냥 먼지가 수북히 쌓이도록 놔둘 수 만은 없었다.

레이어스 컬렉션. 오른쪽부터 설정자료집, 애니메 아트북(일명 무크지), 화보집, 일본판 만화책, 북미판 만화책, 그리고 각본집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조금씩 번역을 하기 시작하였다. 후리가나가 있는 화보집이나 무크지는 괜찮은데 후리가나가 없는 각본집은 그야말로 고역이어서 나는 어느날부터는 애니메 아트북이고 각본집이고 뭐고 번역을 포기하였었다. 제아무리 사전에서 필기 인식 써가며 찾으면 뭐해, 돌아서면 까먹어 버리는데.


일본어 초보인 나로서는 각본집 한 페이지라도 제대로 읽어내려갈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번역작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파일을 보관하던 외장하드가 망가지는 바람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것들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내년부터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내 일생의 최대 목표로 삼고 말이다. ㅋㅋ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남들이 잘 안 하는 분야를 파고들면 미국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세계에서 배우기 힘든 5섯 가지 언어 안에 모두 들어간다. 한국이나 일본 본토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국 시민권자 중에서는 이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앞서도 말했지만 난 한때 독일어도 공부했지만 같은 영어권 사람들은 이미 잘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 백인들이 일종의 텃새 같은 거도 있고 무엇보다도 생각했던거 만큼 만만치가 않은 언어였길래 나는 결국 일본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하였다.


하지만 지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그야말로 最悪(さいあく、최악) 이다. 언어란 본래 말을 함으로서 느는 법인데 나의 주변에는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8년동안 미국 살면서 일본어를 내 귀로 들은 적은 딱 두 번인데 그곳은 모두 일본인들이 밀집하는 지역이거나 관광지였다. 이렇듯 비록 말은 못 하지만 나는 어떠한 언어이든간에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운영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소책자에 있는 단어들만 다 알아도 얼마나 좋을까


공부할 수 있는 자료들은 많고 나의 랩탑과 스마트폰은 일본어를 입력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상태이지만 문제는 나 자신의 메모리 한계이다. 게다가 작년 백내장 수술 이후 고도난시에서 원시가 되버린 내 눈은 이제는 휴대용 렌즈가 없이는 한자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미 3개국어 구사자가 되겠다고 선언을 하였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서적들을 내 생전에 다 번역하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



일본어 능력 시험(JLPT)을을 한번 쳐볼까 이런 마음도 들었었지만 내가 중점으로 두어야 하는 언어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이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독학하기로 다짐했다. 물론 언어 레벨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자격증 같은 게 있음 좋지만 그게 전제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 2016년 1월 6일 추가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좋아하는 고음악 연주단체인 바흐 콜레기움 저팬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이다. 물론 그들도 유학파 출신이 대부분이고 해외 연주에 숙련이 되어 있어서 영어를 잘 하긴 하지만 내가 먼저 일본어로 호응을 해주면 그들도 좋아해줄 거라는 생각이 되어서 더 악착같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사실 이전 블로그에서 바흐 콜레기움 저팬에 관한 포스팅을 아예 따로 했었는데 영어로라도 여기 다시 할까말까 고민 중이다.)


BCJ는 2016년 3월 26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바흐 솔리스텐 서울과 함께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7. 중국어 (中文)

일본어는 웃으면서 시작하여 울면서 나오고 중국어는 울면서 시작하여 웃으면서 나온다는 말이 있지만 한자가 존재하는 이상 이 두 가지 언어는 정말 나로서는 넘기 힘든 험준한 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황제의 딸을 보면서 마니또에 있는 노래 가사를 가지고 다닌 기억이 난다.  



8. 스페인어 (Español)

한국에서 고등학교시절 다른학교 어느 친구가 제 2 외국어로 스페인어를 배운다고 해서 쓸 가치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미국와서 보니 히스패닉이 많다보니 남쪽에 있는 마트에 나가다 보면 심상치않게 들을 수 있다. 사라 브라이트만이 페르난도 리마와 함께 부른 라 빠시온이란 노래를 좋아하고 돈 모엔의 스페인어 앨범 두 개를 들은 적이 있지만 평상시에 말할 때는 발음이 너무 땍땍거린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딱히 배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이렇듯 여태까지 살면서 총 8개의 언어가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앞서도 말했지만 내가 결코 이 모든 언어를 다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나를 너무 신기하게 바라봐주지는 않았음 한다. 언어란 원래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게 절박한 심정으로 배우게 되는 것인지라 지금 내가 그나마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 이 두 가지이다. 일본어에도 애착이 가서 다른 언어들보다 길게 포스팅하였지만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그래서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도 영어에 관해서 쓸 내용이 가장 많았던 걸 보니 영어를 싫어하였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그 동안 상당한 발전이 있었음에는 분명하다. 미드나 영화보다는 일본 애니나 일드에 더 관심있다 뿐이지 때론 장벽이 느껴지긴 하지만 난 내가 영어를 구사하여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고 나의 생각을 표출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얼마나 뿌듯하고 또한 감사한지 모른다.







기하급수적인 방문자 수와 m.daum.net으로부터의 유입이 거의 80 페이지를 차지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다음 앱을 열어 확인하였더니 세상에 제 글이 메인이 떴습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한지 나흘 만에 이런 쾌거를 이루어내다니... 감격의 눈물이 나오네요. 흑흑 ㅠㅠ

참고로 내 글은 언제 메인에 한번 떠보나 이런 생각하고 있었는데 Tistory 주제별 인기순 메인에도 이 글이 뜨고 있답니다.

이 기세를 이어받아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활동하는 블로거가 되겠습니다.

 (꾸벅)

  1.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12.11 13:41 신고

    다양한 언어들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저도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라 관심있게 읽어봤습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들리시는 분 중에 언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신 분이 또 한 분 계시는데 그 분 생각도 납니다^^ㅎ

    • Favicon of https://faithnlovekim05.tistory.com BlogIcon 일그러진 진주 2015.12.11 23:05 신고

      하아... 그런가요? ^^
      근데 이러다가 영어도 못하고 일본어도 못하고 심지어 한국어도 못 하는 어중간한 사람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ㅠㅠ

  2. jk 2015.12.11 23:26

    저도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써핑하다 들와서 긴글 다 읽었네요ㅋ 전 상하이에서 5년 넘게 살며 영업했었는데 이젠 아줌마되서 걍 가끔 전화중국어 함서 끈만 안놓고 있어요. 영어는 갠적으로 좋아라해서 미군부대서 태권도도 배우고 영국에 연수도 다녀왔는데 그냥 중급정도구요. 님처럼 고등학교 제2외국어로 독일어했는데..잼났더랬어요ㅋ 독일친구사귀었을때..몇문장 말할수 있더군요ㅎㅎ 언어욕심은 많아서 이거저거 건들다 아예 언어쪽 책 파보니 모두 한결같이 말하는건 한번에 한가지 언어를 하라는 거였어요. 한 언어를 목표한만큼 해내고 다음 언어로 넘어가라고 하더군요. 다국어 능력자들 연구한 책에서 그러더군요. 저도 이래저래 해보니..그말이 맞아요~한때 중국어랑 영어가 한문장에 같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했더랬죠...암튼 같은 관심사에 반가워 글남기고 가요~공부 잘 됐으면 좋겠어요~加油!!

    • Favicon of https://faithnlovekim05.tistory.com BlogIcon 일그러진 진주 2015.12.12 00:30 신고

      저도 고등학교 시절 독일 사람 만나면 인사말 같은 기본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번에 한 가지 언어.... 맞는 말씀인거 같은데 막상 실천을 하려면 쉽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남은 인생은 그리 길지만은 않은데 어느 세월에 한 가지 언어(영어)를 마스터하고 다음 언어(일본어)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이런 마음도 들고... 게다가 언어 욕심은 많아서 이 두 가지 언어를 어떻게해서든지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래도 뇌 용량에 한계가 있다보니 내려놓을 건 내려놓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한편으론 영어와 일본어가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이기 때문에 서로 헷갈릴 것 없이 병행해도 무리는 없겠다 싶은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영어 공부에 방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암튼 실천하긴 힘들지만 jk님의 말씀도 참고로 하겠습니다. 응원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3. Favicon of https://jayhoonie.tistory.com BlogIcon jayhoon 2015.12.13 02:45 신고

    거봐요 ㅎㅎ tistory에 있기를 잘했잖아요 ㅋㅁㅋ 저도 라틴어를 시작할때 주변에서 그걸 왜 하냐고 엄청나게 말리는 통에 난리도 아니었던 기억이 나요 ㅠㅠㅠㅠ

    • Favicon of https://faithnlovekim05.tistory.com BlogIcon 일그러진 진주 2015.12.13 04:33 신고

      남의 속사정도 모르고 속된 말로 쓰잘데기 없는 걸 배워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이런 식이죠. 사람들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득만을 챙기기 마련이니까요.

      어제 아침에 눈 뜨자마자 거의 하루종일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답니다. 어마어마한 방문자수와 유입을 보면서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그래서 감사했고 앞으로 이곳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4. Favicon of https://woonigame.tistory.com BlogIcon 못내밍 2015.12.13 02:47 신고

    놀러왔어용~~ 잘지내봐용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5.12.17 10:50 신고

    예전 블로그에서 한번 뵈었던 분인것 같기도하고 ㅎ
    언어에 소질이 있으십니다^^
    자주 소통하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faithnlovekim05.tistory.com BlogIcon 일그러진 진주 2015.12.17 11:03 신고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언어 관련은 네이버 쪽이 더 강세라 한동안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동하다가 저품질 걸리는 바람에 다시 티스토리로 복귀했습니다.

      링크추가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

  6. Favicon of https://paran2020.tistory.com BlogIcon H_A_N_S 2016.01.03 01:05 신고

    포스팅에 정성이 가득가득 합니다. 한 때 어학원 열심히 다닐 때는 기본 일상 회화정도는 겂없이 했었는데 나이들며서 사용할 일이 없어 이제는 예전에 열심히 외웠던 단어들도 다 까먹어 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시고 열심히 사용하세요...ㅎㅎㅎ

    • Favicon of https://faithnlovekim05.tistory.com BlogIcon 일그러진 진주 2016.01.03 05:12 신고

      안녕하세요, 한스님. ^^ 포럼을 통해 오셨군요. 부족한 저의 글을 읽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그냥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들을 재편집해서 올렸을 뿐인데 의외로 이 글이 많은 호응을 받았더라고요. ㅎㅎ

      저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언어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추어져서 사용이 되는 거 같습니다. 한마디로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익혀지게 되는 것이지요. 유학 없이 순수 국내파가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잘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국에서 평범하게 사는 이상 영어에 대한 절박함은 없는 게 현실이 아닐까요. 물론 요즘 한국은 제가 살았던 8,9년전과는 다르게 다문화 가정이 많이 늘어나서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암튼 제가 미국에 있다보니 다른 분들께서는 영어에 자연스래 노출이 되니까 좋겠다라고 하시겠지만 제 개인적인 사정상 활동 범위가 좁고 아직까지 한국인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보니 사실 하루에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은 그렇게 많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곳이 가끔씩 영어일기를 기록하는 이 블로그입니다.

  7. Favicon of https://gothink.tistory.com BlogIcon 개인이 2016.01.18 10:39 신고

    보통 하나 정도 관심을 가지기는 하는데 이렇게 많은 언어에 관심을 가지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제 사촌 중에 한명도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를 하던데 비교 불가네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 그리고 메인 축하드려요 ^^

    • Favicon of https://faithnlovekim05.tistory.com BlogIcon 일그러진 진주 2016.01.18 11:28 신고

      첫째는 음악을 전공해서이고 둘째는 나름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와서입니다. 이렇게 여서일곱 개 적었지만 지금 제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언어는 한국어 포함 영어, 일본어 이렇게 세 가지 언어입니다.

  8. Favicon of https://suninstate.tistory.com BlogIcon S.U.N 2016.03.02 09:52 신고

    우와 정말 대단대단 하시네요~~~
    대박! 저는 영어외에 독일어를 조금 공부했었는데 진짜 멘붕의 도가니에 빠졌어요 ㅋㅋㅋ
    그놈의 성별은 왜 살아있지도 않은 명사에다 붙여놓은걸까요..

    정말 멋지십니다!

    • Favicon of https://faithnlovekim05.tistory.com BlogIcon 일그러진 진주 2016.03.03 03:42 신고

      저도 독어 독학 조금 해보았는데 정말 그놈의 성별이랑 영어와는 다른 어순 때문에 고생 꽤나 했습니다. ㅠㅠ

  9. Favicon of https://newtv.tistory.com BlogIcon Jerome Eugene Morrow 2019.10.16 11:17 신고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우연히 블로그보다가 놀라서 댓글 남깁니다. 영어는 늘 벗어날 수가 없는 데 올리신 글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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